11년 차 토스 PO가
AI만 믿고 사표 던진 진짜 이유
“침몰하는 배에서는 먼저 뛰어내리는 놈이 제일 생존율이 높다.”
11년 차 토스(Toss) PO 네오, 퇴사 후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전환한 티더, 그리고 수도리무브 채널의 JB. 이 세 명의 IT 전문가가 하나같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 안 나오면, 3년 뒤에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들의 대화를 관통하는 핵심은 단순한 퇴사 무용담이 아니다. AI 시대에 개인의 생존 전략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현장 경험자들의 날것 그대로의 고민이다. 팟캐스트에서 나눈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시대의 커리어 전략을 정리했다.
세 명의 퇴사자, 하나의 결론
흥미로운 점은 세 사람의 배경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PO, 콘텐츠 크리에이터, 엔지니어. 하지만 퇴사의 이유와 앞으로의 생존 전략에 대한 생각은 놀라울 만큼 일치한다.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을, AI가 대체하고 있다”
네오는 토스에서의 11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지금만큼 우리가 두 발을 붙이고 있는 땅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그가 본 변화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었다. 회사 동료들과 커피챗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더라. AI가 나를 대체하는 작업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 같다. 1년 뒤, 2년 뒤에 여기에 있을지 모르겠다.”
JB도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한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지금 만들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코드를 아예 보지 않는다고 한다. AI와 하이 레벨에서 대화만 하면 코드가 나온다. 마치 팀장이 부하 개발자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Expected skill shelf life
SaaS stock declining trend
Lines of code JB writes manually
토스 같은 빠른 조직에서도 변화에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수백만 단위의 트래픽(Traffic)을 감당해야 하는 환경,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이슈, 복잡한 배포 프로세스 — 이런 것들이 개인의 빠른 실험을 가로막는다.
조직 안에서는 적응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 이유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짚는 핵심은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기가 조직에서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보수적인 회사 문화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인 한계다.
- ❌ 수백만 트래픽 → 신기술 실험 제한
- ❌ 컴플라이언스·배포 프로세스 병목
- ❌ 조직 목표 ≠ 개인 성장 방향
- ❌ 변화 감지는 해도 대응 속도가 느림
- ✅ 새 기술 즉시 실험 가능
- ✅ 에이전트·바이브코딩 바로 적용
- ✅ 본질적 가치 추구에 집중
- ✅ 시장 변화를 피부로 체감
네오가 토스를 떠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토스의 동료들은 뛰어나고, 배운 것도 많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야 할 대상이 조직의 제품인 이상, 변화에 대한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이 제한적이었다. 쓰레드(Threads)나 X(구 트위터)에서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과 도구들에 대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JB는 이를 더 극단적으로 표현한다. “1년 정도는 회사 가면 먹고 살 수 있겠지. 근데 3년, 5년, 10년 봤을 때 지금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퇴사 후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처음 써보고 도파민이 터졌다고 한다. 그제서야 밖에서는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체감했다.
퇴사 후 돈 버는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퇴사 이후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티더는 퇴사 후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돈을 아예 못 벌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핵심은 “일단 뭔가를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티더가 블로그와 링크드인에 머릿속 생각을 쓰기 시작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연락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DM이 오고, 커피챗 요청이 오고, 심지어 넷플릭스에서도 연락이 왔다. 블로그를 본 매니저가 “이 사람은 뭔가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나는 그냥 머릿속에 있는 것만 쓴 건데 이게 어떻게 이렇게 되지? 그 머릿속에 있는 게 본질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이죠.”
JB의 경험은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원생 때 공부 내용을 기록하는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그 블로그를 본 SK하이닉스 팀에서 연락이 왔다. 연구 내용이 필요하다며 제안을 한 것이다. 구글 광고 수익은 거의 없었지만, 블로그가 가져다준 것은 돈이 아니라 기회였다.
JB가 찾는 사람 — “프로블럼 솔버”의 조건
JB는 지금 팀 빌딩(Team Building)을 하고 있다. 그가 찾는 사람의 기준이 흥미롭다. 과거에는 엔지니어링 능력, 즉 생산을 위한 기술직이 본질적 가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가치가 떨어졌다. AI가 코드를 대신 작성해주기 때문이다.
그가 찾는 것은 “뭘 만들어야 할지 같이 고민하는 사람”이다. 디자이너건, 엔지니어건, PO건 직군은 상관없다. 핵심은 문제 정의(Problem Definition) 능력이다.
네오가 인상 깊게 표현한 것은 “감 그리고 화(怒)”라는 두 가지 키워드다. 잘하는 PO들은 “이게 왜 이렇지?”라는 분노에 가까운 불편함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해결할 때의 임팩트를 다트 던지듯 정확하게 예측한다. 잘하는 PO들은 굉장히 쉬워 보이게 얘기한다. “그래서 당연히 이거 했고요, 이렇게 바꿔서 이렇게 했어요.” 그 쉬운 설명 뒤에 정밀한 영점이 숨어 있다.
AI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
JB가 AI 시대에 성공하고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발견한 공통점은 의외로 기술적인 것이 아니었다.
JB가 떠올린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나이도, 전공도, 베이스도 하나도 안 중요하다.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좋아하고, 빨리빨리 배우는 사람들이 살아남고 있다. JB는 예술 전공 교수가 로봇과 VLA(Vision-Language-Action)를 다루는 사례를 목격하기도 했다.
어댑터빌리티(Adaptability), 즉 적응력도 핵심이다. 현상에 적응해서 그것을 자기 세상에 녹여내는 속도가 중요하다. 이것은 퇴사의 이유와도 직결된다 — 빨리 적응해야 하니까 조직을 벗어난 것이다.
의외인 것은 자기 홍보를 잘한다는 점이다. “여러분 저 이거예요!” 라고 외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링크드인에서 AI 본격적으로 쓴 지 얼마 안 됐는데 “AI 전문가예요”라고 선언하는 대담함. JB는 이것을 “더벌리기 좋아한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을 잘한다. 왜 그런지 인과관계는 불분명하지만, 적응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관찰이다.
그리고 JB가 내놓은 가장 예상 밖의 공통점 — “피부가 좋다.” 농담 같지만 그의 분석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이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꾸 밖에 나가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피부 관리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리텐션의 시대가 끝나고, 어텐션의 시대가 왔다
JB는 제품 전략의 핵심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AARR 프레임워크(Framework)에서 리텐션(Retention)이 가장 중요했다. 리텐션이 높으면 그것이 모트(Moat, 해자)가 되어 경쟁을 차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서비스 만들었어 하는 순간, 다음 날 나랑 똑같은 제품이 5천만 개가 나온다.” 리텐션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CEO들이 직접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오픈AI의 샘 알트만(Sam Altman),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일론 머스크(Elon Musk) — 모두 X에서 직접 소통하며 어텐션(Attention)을 잡는다. JB는 이 현상을 이렇게 요약한다.
“옛날에는 음악을 들었다면, 지금은 가수를 본다.”
제품보다 사람이 먼저 각인되는 시대. 네러티브(Narrative)가 중요해지고,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제품의 핵심 전략이 되었다. 클로드 같은 경우, “터미널 5개를 띄워서 클로드 코드를 사용합니다” 같은 파워 유저의 이야기가 바이럴(Viral)되고, 그것이 다시 유저를 끌어오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만드는 과정 자체를 팔아야 한다”
JB가 제시하는 전략은 명확하다. 제품을 유명하게 만들고 싶다면, 만드는 과정 자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유튜브 라이브를 켜고 자신의 제품을 만드는 전 과정을 공유한다.
예를 들어, 올해 1분기 동안 JB는 유튜브 운영의 모든 과정을 AI로 자동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라이브 팟캐스트가 나오면 자동으로 편집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는데, 핵심 난제는 음성-자막 간의 타이밍 싱크(Sync)를 0.1초 단위로 맞추는 것이었다.
이 과정을 라이브로 공개하자 시청자들이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훈수가 실제로 도움이 됐다. 스피치 전공자가 알리바바 크웬(Qwen) LLM의 포스드 얼라인먼트(Forced Alignment) 모델을 추천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바이브보이스(VoiceBoy) 모델의 존재도 시청자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해외에서도 이 전략은 이미 검증되고 있다. 매일 바이브 코딩(Vibe Coding) 라이브를 켜고 “레버뉴 100만 달러 될 때까지” 과정을 공개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선글라스를 끼고, 좋아요 하나마다 푸시업을 하고, 그 과정에서 실제 제품을 만든다.
만드는 과정을 공개 → 커뮤니티가 훈수를 둠 → 실질적 도움이 됨 → 훈수를 준 사람이 제품의 팬이 됨 → 제품이 성장함. 이 사이클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제품 개발 방법론 자체가 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 실물 각인의 시간
JB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정확하다. “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지금이 아니면 내 실물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기회가 없어질 것 같다.”
몇 년 안에 AI가 사람처럼 대화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것이 무제한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실물 사람으로서 경쟁에서 유명해지기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워진다. JB는 이것을 파도에 비유한다.
“지금은 아직 서핑할 수 있는 파도다. 나중에 이 파도가 커지면 서핑할 수도 없는 파도가 되어 버린다. 그 시대가 되면 그 시대의 방법이 또 있겠지만, 지금이 훨씬 유리한 건 사실이다. 왜냐면 이제 경쟁자가 사람이 아닌 것도 경쟁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래서 JB는 라이브를 하고,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고, 최대한 실물을 노출하려고 한다.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된 시대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록이 쌓이면, “이 사람이 사실은 몇 년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해오던 사람이구나”라는 인식이 형성된다. 당장 유명해지지 않더라도 뭔가를 계속 쌓아라 — 이것이 세 사람의 공통 조언이다.
퇴사가 마려운 사람들을 위한 조언
세 사람이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도발적이다.
첫 번째, “일단 지르세요.” JB의 직설적인 조언이다. 당장의 수입 감소는 일시적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 10년 후에도 내 회사가 존재할까? 내 자리가 남아 있을까?
두 번째, 본질적인 생산 가치를 올려라. 직군을 불문하고, “내가 진짜로 세상에 어떤 본질적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짜로 좋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만드는 행위를 해야 한다.
세 번째, 기록하라. 블로그든, 유튜브든, 링크드인이든 — 채널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 생각과 만드는 과정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다. 그 기록이 곧 기회의 통로가 된다.
AI가 만드는 변화의 파도는 이미 다가오고 있다. 이 파도에 맞서 서 있을 것인가, 위에서 서핑할 것인가. 세 사람의 대답은 동일하다 — 지금 뛰어들어야 한다. 더 늦으면 파도가 너무 커져서 올라탈 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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